동양과 서양은 지역적으로 분립되어 지금과 같은 문화의 발전은 수천년에 걸쳐 풍토와 지리적 환경을 달리한 조건하에서 각기 그 방향과 성격을 달리하면서 성장해 왔다. 의학에 있어서도 현대의학은 주로 인체의 형태에 치중하여 과학적 분석방법에 의한 해부학과 국소병리학에 기초를 둔데 반하여, 한의학은 육체와 정신을 혼연일체로 보는, 이른바 일원론으로 보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면 다음과 같다. (1) 한의학은 생명현상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체를 해부하거나 분석·실험에 의해서 그 물질적 조직방면의 상황을 알려고 하기전에 자연적 존재인 생명 그대로의 생활현상을 먼저 관찰해서 질병을 판단하고 치료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2) 한의학은 종합치료의학이라 볼 수 있다. 가령 축농증이나 맹장염이 생겼다고 그 질환 국소인 코나 맹장부위에 치료적 수술 처치를 하려고 하기 보다, 그 생명전반이 어떠한 생활 상태에 놓여 있어 체내에 어떠한 생리적 변조가 일어나서 축농증이나 맹장염이 생겼는지를 밝혀 그 전체적 생리적 변조를 조절함으로써 저절로 그 병을 났게 하려는 것이다. (3) 한의학은 자연치료의학이다. 생체에 내재한 저항력을 최대로 활용하여 자연섭리에 맞추어 치료방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또 진단의 목적이 병명결정에 있지 않고 병증규명에 있기 때문이다. (4) 한의학은 급성병이 더 잘 낫는 의학이다. 흔히 한약하면 보약이고 급성병은 현대의학으로 치료한다는 것이 상식화되어 왔다. 그런데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만성병보다 급성병이 보다 뛰어난 효력을 보는 수가 많다. (5) 한의학은 생명력을 배양하는 근본요법이다. 한의학은 생명력을 보강하고 자연치유능력을 배양하는데 가장 적합한 치료의학 이므로 항생제, 살균제의 남용 또는 중병후나 수술을 받은 후에 기억력이 쇠약하여 회복이 부진하거나 완쾌를 바라기 어려울 때 뛰어난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 (6) 한의학은 간이한 치료로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우리 생활에 밥을 지어 먹는 관습이 계속되는 한 달여 먹는 것이 소독과 온중(溫中) 그리고 습성에 더 효과적으로 부합을 이루어 자연치유력을 최대한 조장하기 때문에 치료가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 (7) 한의학은 우리의 마음을 순화할 수 있는 정신적 의학이다. 병의 원인을 대부분 정신적인 면, 즉 칠정(七情)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속에서 항상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어 정신적 명랑을 기할 수 있다.